생각 연습

명치와 등에 밟히는 듯한 통증, 그리고 소외의 어둠

필쇄 2025. 4. 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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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8:18–9:3, 15:10–21; 히브리서 12:5–11)

서론: 알 수 없는 고통의 무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누군가의 고통을 겉으로는 헤아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속에 가라앉은 통증과 외로움은 결코 다 알 수 없다.
내가 느끼는 이 명치와 등, 몸 깊은 곳을 짓누르는 통증 역시 그렇다.
이 고통은 단순한 신체적 증상만이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소외감과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불안,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에서 비롯된 절망의 무게다.

1. 소외감: 예레미야의 외침 속에서
예레미야는 ‘눈물의 선지자’라 불린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전했지만, 동시대 누구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조롱과 외면, 그리고 깊은 고독만이 그를 감쌌다.
예레미야 15장에는 그가 자신의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고백은 마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는 혼자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진실을 말할수록 더 멀어지고, 더 깊은 어둠 속에 갇힌다.”
이런 소외감은 단순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세상과 어긋나 있다는, 그리고 나조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근원적 고립감에서 비롯된다.
예레미야는 외쳤다.
“오, 내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탄식은 내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과 닮아 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한 외로움은 명치와 등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2. 무식(無識): 알지 못함의 두려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
이 속담처럼, 나는 세상의 이치도, 내 마음의 깊이도, 고통의 원인도 알지 못한다.
무식은 단순히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모른 채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흐름에 떠밀려 살아가는 무기력함이다.
“눈먼 말 워낭 소리 따라간다”는 속담처럼, 내 삶도 어쩌면 남의 기준과 시선에 이끌려 무비판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성경에서도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한다”는 말이 있다(호세아 4:6).
예레미야 시대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고, 거짓과 허위에 속아 멸망의 길로 갔다.
나 역시 내 삶의 방향도, 고통의 의미도 모른 채, 그저 막막함만이 가슴을 짓누른다.
알지 못함에서 오는 두려움, 그리고 그 무지로 인해 반복되는 실수와 후회는 내 명치와 등에 또 다른 통증을 남긴다.

3. 고통: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현실
“죽기가 설운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 싫다.”
이 속담은 죽음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뜻이다.
내가 느끼는 통증 역시 단순한 신체적 아픔이 아니다.
소외와 무지,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와 실망이 쌓여, 몸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예레미야는 민족의 멸망, 신앙의 붕괴, 그리고 자신의 무력함 앞에서 “내 마음이 병들었다”고 토로한다(예레미야 8:18–9:3).
그의 탄식은 내 마음 한복판을 관통한다.
“이 고통은 언제 끝날까? 구원은 왜 오지 않는가?”
히브리서 12장에서는 고난이 하나님의 사랑의 징계라고 말하지만, 현실의 고통 앞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왜 나만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는가?”라는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점점 짙어지는 절망만이 남는다.

4. 희노애락 중 ‘분노’와 ‘절망’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인생의 모든 감정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음을 지배하는 감정은 ‘분노’와 ‘절망’뿐이다.
분노는 소외와 무지,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 쌓여간다.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왜 아무도 내 고통을 알아주지 않는가?”
이 분노는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자책과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번진다.
절망은 그 분노가 식고 난 뒤, 모든 가능성이 닫힌 듯한 막막함으로 찾아온다.
예레미야처럼, 나 역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고통은 점점 깊어지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5. 결론: 끝없는 어둠 속에서
“사람은 일생을 속아서 산다.”
이 속담처럼, 우리는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살아가지만, 현실은 반복되는 고통과 실망뿐이다.
예레미야는 민족의 멸망과 자신의 외로움, 그리고 신앙의 붕괴 앞에서 끝없는 절망을 토로했다.
히브리서의 저자는 고난이 하나님의 사랑임을 강조하지만,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이에게 그 말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내 명치와 등, 몸 깊은 곳을 짓누르는 이 통증은 소외와 무지, 그리고 반복되는 실패와 실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어둠의 끝에서 나는 희망을 찾지 못한다.
분노와 절망만이 남아, 내 마음을 잠식한다.
“밤이 깊어 갈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는 속담도 있지만, 지금 내게는 그 새벽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오늘도 명치와 등에 밟히는 듯한 통증을 안고, 또 하루를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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