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는 직설을 피하고, 돌려 말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이러한 간접화법은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라, 공동체의 조화와
체면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회적 압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한국인의 대화에는 종종 침묵이 흐르고,
직접적인 거절이나 불쾌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오” 대신 망설임, 미소, 혹은 애매한 말로
의미를 감춘다.
이러한 간접화법은 갈등을 피하고자 하는
집단주의적 정서와도 연결된다.
그러나 때로는 이 모호함이 오해와 상처를 남긴다.
말하지 못한 진심이 쌓여,
명치와 등 한가운데에 밟히는 듯한 통증으로 남는다.
창세기 3장 16절에서,
하나님은 하와에게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네가 남편을 원하고 그는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수고’와 ‘고통’(‘에쩨브’ עֶצֶב)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관계와 존재 자체에 스며든
정신적, 사회적 아픔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슬픔, 분노, 좌절,
심지어는 영혼의 비명을 내포한다.
레위기 6장 2절에서는
“만일 누구든지 범죄하여 여호와께 죄를 짓되,
이웃에게 맡긴 물건을 속이거나,
폭력으로 빼앗거나, 속여서 이웃을 해할 때”라 하였다.
여기서 죄는 단순히 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라,
이웃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공동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규정된다.
즉, 죄의 본질은 관계의 파괴,
그리고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에 있다.
한국 속담 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타인의 성공이 내게 질투와 고통이 되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시기와 아픔이 쌓여간다.
이 통증은 명치에 박힌 돌처럼,
등에 밟힌 못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풀리지 않는 오해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진다.
직설을 피하는 문화는
갈등을 줄여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내면의 고통을 더 깊게 만든다.
한국인의 역사에는
수많은 억압과 고난이 있었다.
이런 집단적 고통은
개인의 언어 습관과 감정 표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희망의 속담이 있지만,
실상은 “달도 차면 기운다”는
허무와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온다.
통증은 단순히 신체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창세기의 ‘에쩨브’처럼,
관계의 단절, 소통의 실패,
그리고 말하지 못한 진심이
영혼을 짓누른다.
이런 고통은
등에 밟히는 듯한 무게로,
명치에 박히는 아픔으로
현대인의 삶을 지배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이기적 태도는
결국 모두를 외롭게 만든다.
말하지 못한 상처,
표현되지 못한 분노는
내면에서 곪아간다.
결국,
직설을 피하고 에둘러 말하는 문화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비관, 분노, 절망, 좌절이
깊게 뿌리내렸다.
창세기와 레위기는
고통과 죄, 그리고 관계의 파괴가
인간의 본질임을 말한다.
한국의 간접화법과
속담에 담긴 슬픔은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 아픔을
오늘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명치와 등에 밟히는 듯한 통증을
안고 살아간다.
말하지 못한 진심,
표현되지 못한 분노,
끝내 풀리지 않는 오해 속에서
비관과 절망,
좌절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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