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연습

거울 속의 그림자와 고독의 성좌 – 요한1서 1:8, 잠언 16:18을 중심으로

필쇄 2025. 4. 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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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과 평가의 주관성과 '우리'라는 이름의 적
사무실 벽에 걸린 월간 평가표는 숫자로 빚은 감옥이다. "목표 달성률 120%"라는 붉은 도장 아래, 팀원들의 눈동자는 서로를 측정하는 자로 변한다. 요한1서 1:8이 말하는 "자기가 죄 없다하면 그에게는 진리가 없나니"라는 경고는 현대의 조직 문화에서 뒤틀린 채 구현된다. 누군가의 주관이 절대 진리가 되는 순간, 동료는 경쟁자로 재탄생한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처럼, 상사가 내린 평가의 칼날은 결국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업무 보고서 한 장에 담긴 주관적 판단은 나의 1년을 정의하지만, 그 기준은 흔들리는 등대 불빛과 같다. 이때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워지는 이름들 사이에서, 우리는 모두 고독한 적(敵)이 되어간다.

2. 자기 개발이라는 신화와 시간의 굴레
잠언 16:18의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는 경계가 역설적이게도 현실에선 무용지물이 된다. 새벽 6시 출근길에 들리는 자기계발 팟캐스트는 교만보다 허탈을 부른다. 회의실 구석에 쌓인 도서 부록의 '성공 습관'은 먼지 아래 파묻힌 채, 오늘도 나는 보고서 서두의 반복적 서명을 연습한다.

"개밥에 도토리"라 일컬어지는 나의 노력은 시스템의 톱니바퀴 사이에서 으스러진다. 퇴근 후 스케줄러에 적힌 '온라인 강의 수강'은 매일 미룰수록 쌓이는 미래에 대한 빚이다. 개발(開發)이 아닌 개벌(伐)의 시간 속에서, 내면의 울림은 점차 사무실의 배경 음악에 묻힌다.

3. 거울 속의 이방인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어제와 달라진 게 없는데, 명함 위의 직책만이 조금씩 확대 재생산된다. 요한1서가 말하는 '진리 안에 거함'의 조건은, 마치 복도 끝에 흐릿하게 빛나는 비상구 표시처럼 닿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회의 중 슬쩍 건네는 동료의 시선에서 나는 '잘못된 나'를 발견하고, 그 순간 거울은 칼날로 변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팀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나의 결함은 주변인의 입술을 통해 증폭된다. 밤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은 피로로 일그러진 채, 성경 구절처럼 반복해 속삭인다. '네 안에 어둠이 있다'고.

4. 고독의 다이어그램
점심시간 혼자 먹는 김밥 속의 당근 조각은 의외로 단맛이 난다. 잠언의 지혜가 강조하는 '겸손'은 군중 속 고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동시에 여러 채팅창에 띄워진 '읽음' 표시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고립의 좌표가 된다. 회식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웃음 소리는 먼 산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내게는 허공을 가른다.

"외롭다면 네 탓이야"라는 시대의 잠언(潛言)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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