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울 앞에서거울 속의 내 얼굴은 매일 조금씩 무너진다. 눈가의 주름은 경제적 빈곤이 남긴 흔적이 , 어깨의 굽은 곡선은 무시당한 행동들이 쌓아올린 무게다. 유마경은 말한다. 중생의 병 번뇌에서 비롯되나니, 번뇌 또한 보리로 통한다고. 나의 병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월급날 계좌를 확인할 때마다 손가락이 떨린다. 빈곤은 마음의 문제가 아님을, 숫자로 증명되는 현실임을 나는 안다. 육조단경은 마음이 곧 부처라 일깨우지만, 식탁 위 빈 그릇 은 부처의 말씀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누워서 침 뱉기라 했던가. 내 내면을 탐구하면 할수록 외부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동료들의 웃음 소리가 복도에 메아리칠 때면, 나는 유리관 속에 갇힌 곤충이 된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성적 매력 부족'이라는 딱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