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연습

어른다움의 그늘: 법화경 제5장·관무량수경 제16장을 참조하며

필쇄 2025. 4. 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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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며 자랐다. 선한 행위에는 선한 결과가, 악한 행위에는 악한 결과가 따른다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어른으로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모순 중 하나는 바로 어른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압박이다. 법화경 제5장에서는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말한다. 모든 존재가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듯, 각자 안에 완전함을  품고 있음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의 기준에 맞추려 애쓴다. 관무량수경 제16장은 마땅히 마음을 고요히 하고 분별하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 반대로 가득 차  있다.

2. 어른다움이라는 이름의 감옥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회는 어른에게 합리적이되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  하고, 너그러우되 경계를 분명히 하라 한다. 스스로의 행동은 무시당하면서도 타인의 행 동에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이중적 압박이 존재한다. 법화경이 말하는 개안(開眼) 은 진리를 보는 눈을 뜨는 것이지만, 정작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가려진 눈으로 살아간 .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했을 때 감정을 조절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러나 그 상사가 동일한 상황에 놓이면 인간적으로 대하라는 평가를 받는 다. 이는 마치 관무량수경이 경계하는 망념(妄念)이 현실화된 모습이다. 허망한 생각이  진실을 가로막듯,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면서도 타인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

3. 분노와 슬픔 사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어른다움의 이름으로 분노가 억압될 때다. 법화경 제5장의 삼계염화(三界炎火)는 번뇌로 타는 세상을 비유한다. 분노를 참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지지만, 오  참은 불은 결국 폭발한다.

반면 슬픔은 더욱 묵묵히 견뎌야 한다. 어른이 왜 우느냐는 질문은 슬픔을 고립시킨다.  관무량수경 제16장의 청정심(清淨心)은 모든 감정을 부정하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 음의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을 줄 아는 태도를 강조한다. 어른다움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감정의 억압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직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용기다.

4. 해결의 실마리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변화는 작은 인식에서 시작된다. 법화경의 방편(方便)은 중생  근기에 맞춰 진리를 전하는 지혜를 말한다. 자신과 타인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이 첫걸음이다. 내가 상처받을 권리가 있다면 타인도 마찬가지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관무량수경이 말하는 정토(淨土)는 외부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어른다움의 진정한 기준 은 완벽함이 아니라 성실함이다. 화가 날 때는 지금 나는 분노를 느낀다고 고백하고, 슬 플 때는 이 순간의 슬픔을 받아들인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 그 작은 자비가 진정  성숙으로 가는 길이다.

5. 마치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외부의 압박에 맞서기 전에 먼저 자신 안의 돌을 바라보라.  법화경과 관무량수경은 모두 마음의 주인이 되라 권한다. 어른다움의 무게를 견디며 흘  눈물 한 방울이, 타인의 아픔을 보는 눈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 평온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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